아이가 거실 바닥에 엎드려서 Fly Guy를 또 읽고 있어요.
벌써 세 번째 읽는 책인데도 같은 장면에서 깔깔 웃죠.
그 모습이 예뻐서 한참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요.
“이제 시리즈 다 읽었는데, 그다음은 뭘 읽히지?”
도서관에 가서 비슷한 책을 찾아보면 생각보다 막막하더라고요.
글밥이 비슷해 보이는 책을 골라 왔는데 아이가 두 장 넘기고 덮어 버리기도 하고요.
그래서 오늘은 Fly Guy 다음 책 추천을 난이도 순서대로, 아이 취향별로 하나씩 풀어 볼게요.

Fly Guy가 유독 쉽게 느껴졌던 이유
다음 책을 고르기 전에, 왜 이 시리즈가 그렇게 잘 읽혔는지부터 짚어 볼게요.
이유를 알면 비슷한 책을 고르는 눈이 생기거든요.
우선 한 권이 32쪽이고, 전체 단어 수가 300단어 안팎이에요.
그림이 페이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글자 크기도 크죠.
리딩 레벨로 보면 AR 1점대에서 2점대 중반, Lexile은 300~400L 언저리에 머물러요.
Guided Reading Level로는 I 정도로 안내되는 책이고요.
즉 아이는 “한권을 다 읽었다”는 뿌듯함은 얻었지만, 실제 난이도는 아직 아주 낮은 단계에 있는 거예요.
여기서 많은 분들이 실수를 해요.
챕터북을 읽었으니 바로 Magic Tree House 같은 책으로 넘어가도 되겠다고 생각하시거든요.
그런데 그 사이에는 생각보다 높은 계단이 몇 개나 숨어 있어요.
다음 책 고를 때 확인하면 좋은 세 가지
한 쪽에 글이 몇 줄인지 보세요
레벨 숫자보다 더 정확한 건 눈으로 보는 글밥이에요.
책을 펼쳤을 때 한 쪽에 문장이 3~5줄이면 아이가 편하게 읽어요.
갑자기 10줄이 넘어가면 그림이 줄어든 만큼 아이의 부담도 커지고요.
그러니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중간쯤 아무 페이지나 펼쳐 보세요.
아이가 “어, 글씨 많다” 하고 표정이 굳으면 아직 이른 책이에요.
시리즈인지 꼭 확인하세요
얼리챕터북 추천에서 시리즈를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1권에서 인물과 배경을 익히고 나면 2권부터는 읽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거든요.
같은 캐릭터가 계속 나오니까 아이가 예측하면서 읽을 수 있어요.
단권짜리 좋은 책도 많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다음 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힘이 돼요.
한 권을 끝내면 자동으로 다음 책이 손에 들리니까요.
아이가 웃는 포인트를 기억하세요
Fly Guy를 좋아했다는 건 힌트가 아주 많다는 뜻이에요.
살짝 지저분한 유머, 말 안 통하는 친구와의 우정, 짧고 빠른 사건 전개를 좋아하는 거죠.
그 취향을 그대로 이어 주면 실패 확률이 확 줄어들어요.

난이도를 거의 그대로 이어 가는 책
지금 당장 이어서 읽히기 좋은 책부터 볼게요.
글밥이 비슷하거나 아주 조금만 올라가는 책들이에요.
1. Elephant & Piggie (Mo Willems)
혹시 “이건 너무 쉬운 거 아닌가요?” 싶으세요?
그런데 이 시리즈, 소리 내어 읽기에 정말 좋아요.
말풍선으로만 이야기가 흘러가서 아이가 감정을 살려 읽게 되거든요.
읽기 유창성을 다지고 싶을 때 쉬어 가는 책으로 딱이에요.
엄마가 한 캐릭터, 아이가 한 캐릭터를 맡아 읽으면 분위기도 살아요.
2. Narwhal and Jelly (Ben Clanton)
바다에 사는 일각고래와 해파리의 우정 이야기예요.
만화 형식이라 글밥이 적고, 그림만 봐도 상황이 이해돼요.
엉뚱한 유머가 Fly Guy와 결이 비슷해서 반응이 좋은 편이고요.
중간중간 짧은 정보 코너가 섞여 있어서 논픽션 맛보기도 자연스럽게 돼요.
3. Monkey Me (Timothy Roland)
바나나를 먹으면 원숭이로 변하는 아이가 주인공이에요.
흑백에 가까운 그림이지만 컷이 크고, 문장이 짧게 끊어져요.
“다음 챕터북”이라는 말이 부담스러울 때 징검다리로 쓰기 좋아요.
4. Cork & Fuzz, Dodsworth 시리즈
둘 다 성격이 아주 다른 친구들이 나오는 잔잔한 시리즈예요.
사건이 크지 않아서 자극적인 걸 좋아하는 아이에겐 심심할 수도 있어요.
대신 문장이 예쁘고 감정 표현이 풍부해서 읽어 주기에 참 좋더라고요.
한 계단만 올려 보는 징검다리 시리즈
여기서부터는 그림이 조금 줄고 문장이 길어져요.
아이가 앞 단계를 편하게 읽는다면 지금이 올라갈 때예요.
5. Henry and Mudge / Mr. Putter & Tabby (Cynthia Rylant)
사람과 반려동물이 함께 지내는 소소한 일상을 그려요.
챕터가 또렷하게 나뉘어 있어서 “오늘은 두 챕터만” 같은 약속을 하기 좋아요.
글은 늘었는데 사건은 단순해서 아이가 길을 잃지 않아요.
6. Press Start! (Thomas Flintham)
게임 좋아하는 아이라면 눈이 반짝할 거예요.
게임 화면 같은 그림이 계속 나오고, 주인공이 스테이지를 깨 나가요.
읽는 게 아니라 게임을 하는 기분이라 속도가 붙더라고요.
7. Owl Diaries / Unicorn Diaries (Rebecca Elliott)
일기 형식이라 문장이 짧고, “나”의 목소리로 이야기가 흘러가요.
친구 사이의 서운함이나 질투 같은 감정이 솔직하게 나와서 공감도 잘 돼요.
분홍빛 그림이 가득해서 호불호가 갈리지만, 좋아하는 아이는 전권을 모아요.
8. Katie Woo, Yasmin 시리즈
학교와 가족 이야기가 중심이라 배경이 익숙해요.
한 권에 짧은 이야기 여러 편이 들어 있어서 끊어 읽기도 편하고요.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상황으로 짐작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조금 더 욕심내 보고 싶을 때
아래 책들은 Fly Guy에서 바로 넘어가면 버거울 수 있어요.
위 단계를 한두 시리즈 거친 뒤에 꺼내 보세요.
9. Mercy Watson (Kate DiCamillo)
토스트에 버터 발라 먹는 걸 제일 좋아하는 돼지 이야기예요.
그림이 크고 화려해서 쉬워 보이지만, 문장 길이와 어휘는 한 단계 위예요.
대신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어서 아이가 끝까지 끌려가요.
10. The Princess in Black (Shannon Hale & Dean Hale)
공주가 밤이면 검은 옷을 입고 괴물을 물리치러 가요.
챕터가 아주 짧게 쪼개져 있어서 “한 챕터만 더” 하기 좋아요.
공주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에게도, 액션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도 통하는 책이에요.
보너스. Dragon Masters, Zoey and Sassafras, Dog Man
세 시리즈 모두 인기가 많지만 성격이 꽤 달라요.
Dragon Masters는 판타지 모험이라 등장인물이 많아지고요.
Zoey and Sassafras는 과학 탐구가 섞여 있어서 생각할 거리가 있어요.
Dog Man은 만화라 글밥은 적지만 말장난이 많아서 의외로 어렵게 느끼는 아이도 있어요.
우리 아이 취향대로 고르는 법
웃기는 게 제일 중요한 아이
Narwhal and Jelly, Press Start!, Dog Man 쪽으로 가 보세요.
유머가 끊기지 않아야 책장을 넘기는 아이들이 있어요.
이런 아이에게 잔잔한 성장 이야기를 권하면 금방 흥미를 잃어요.
동물과 친구 이야기를 좋아하는 아이
Henry and Mudge, Mercy Watson, Cork & Fuzz가 잘 맞아요.
사건보다 관계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이거든요.
읽고 나서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아?” 하고 물어보면 이야기가 길어져요.
모험과 미션을 좋아하는 아이
The Princess in Black, Dragon Masters를 권해요.
목표가 분명하고 결말이 시원해서 성취감이 커요.
이 단계를 지나면 Magic Tree House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요.
학교 이야기에 공감하는 아이
Owl Diaries, Katie Woo, Yasmin이 좋아요.
내 이야기 같아서 집중이 잘 되거든요.
영어책을 “공부”가 아니라 “내 얘기”로 느끼게 해 주는 통로예요.
집에서 실제로 이어 읽히는 작은 요령
한 권을 다 읽히려고 애쓰지 마세요
새 시리즈 1권은 원래 제일 어려워요.
인물도 낯설고 배경도 처음이라 속도가 안 나거든요.
이때 1권만 엄마가 읽어 주고, 2권부터 아이에게 넘겨 보세요.
번갈아 읽기를 해 보세요
한 쪽은 아이가, 한 쪽은 어른이 읽는 식이에요.
부담은 반으로 줄고, 이야기는 끊기지 않아요.
아이가 신나면 “내가 다 읽을래” 하고 가져가기도 해요.
쉬운 책으로 돌아가도 괜찮아요
레벨은 계단이 아니라 넓은 운동장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어려운 책을 읽다가 다시 쉬운 책으로 돌아가는 건 후퇴가 아니에요.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을 때 유창성이 가장 많이 자라더라고요.
도서관에서 다섯 권쯤 빌려 오세요
한 권만 빌리면 그 책이 안 맞을 때 그날 독서가 끝나요.
성격이 다른 책을 여러 권 가져와서 아이가 고르게 해 보세요.
고르는 즐거움 자체가 읽기 동기가 되거든요.

부모님들이 자주 하는 걱정
AR 지수만 보고 고르면 되나요?
AR 지수나 Lexile은 참고용이에요.
같은 2점대라도 유머가 많은 책과 감정이 섬세한 책은 체감 난이도가 다르거든요.
숫자는 후보를 좁히는 데 쓰고, 최종 결정은 아이 표정으로 하세요.
영어책 읽기 레벨이 멈춘 것 같아요
얼리챕터북 구간은 원래 오래 머무는 자리예요.
리더스북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어휘가 확 늘어나서 그래요.
이 시기에는 레벨을 올리기보다 같은 레벨에서 권수를 늘리는 게 훨씬 도움이 돼요.
해석을 못 하면 이해 못 한 거 아닐까요?
한 줄씩 해석시키면 읽기가 금방 숙제가 돼요.
대신 “제일 웃겼던 장면이 뭐야?” 하고 가볍게 물어보세요.
아이가 장면을 설명할 수 있으면 충분히 이해한 거예요.
오늘 기억하면 좋을 것
마지막으로 짧게 정리해 볼게요.
- Fly Guy는 챕터북 모양을 한 쉬운 리더스북에 가까워요.
- 바로 큰 계단을 오르지 말고 비슷한 글밥의 시리즈를 먼저 거쳐 보세요.
- 시리즈물, 짧은 챕터, 아이 취향 세 가지를 기준으로 고르면 실패가 적어요.
- 레벨 숫자보다 아이가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믿어 주세요.
Fly Guy 다음 책 추천을 찾아 여기까지 읽으셨다는 건, 아이의 다음 한 걸음을 함께 고민하고 계신다는 뜻이죠.
그 마음만으로도 아이는 이미 좋은 독서 환경 안에 있어요.
오늘은 도서관에서 딱 두 권만 골라 와 보세요.
한 권은 아이가 고르고, 한 권은 엄마 아빠가 고르는 거예요.
그렇게 쌓인 책들이 어느 날 아이 책장을 가득 채워 줄 거예요.
천천히
📬 새 글 소식 받아보기
새 글과 책·앱 소식을 이메일로 가장 먼저 알려드려요.
🎁 구독하면 영어발음 연습 PDF을(를) 바로 드려요.




